인간의 흑역사

과거의 바보짓, 그리고 현재의 바보짓

 정말 말 그대로 인간의 흑역사를 풀어낸 책이다.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는데, 모두 하나같이 바보같은 실수로 인해 생겨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제목에 걸맞은 에피소드들로만 가득가득해서 읽는 데 따분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보통 ‘역사’라는 말이 들어간 책들은 대부분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앞에 ‘흑’자가 붙은만큼 남들의 바보짓을 보고있자니 그렇게 황당하면서도 재밌을 수가 없다. 책의 내용도 재밌지만 그 내용을 풀어내는 저자의 말솜씨가 책의 지루함을 없애는 데 한 몫 했다. 저자의 말투는 뭐랄까 굉장히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것 같은 말들이 하나같이 센스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오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저자 특유의 재미난 말투로 풀어낸 수많은 재미난 이야기들 중에서도 ‘천하장사 시구르드’ 이야기가 가장 재밌게 느껴졌다. 시구르드는 적장 ‘뻐드렁니 마엘브릭테’의 목을 베어 말안장에 매달고 귀환하였다. 그러나 귀환 도중 말안장에 매달았던 마엘 브릭테의 뻐드렁니가 계속 시구르드의 다리를 긁어 상처가 나 감염되어 며칠 만에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아마 이 사람처럼 허무하고도 황당하게 죽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헛웃음이 나오는 포인트는 황당한 죽음만이 아니다. 시구르드와 마엘 브릭테의 싸움 배경도 헛웃음을 유발한다. 이들이 싸움을 벌인 이유 역시 그리 거창하지 않다. 시구르드가 마엘 브릭테에게 각자 병사 40명씩 데리고 싸우자고 도전했고, 마엘 브릭테가 도전을 수락하자 시구르드는 병사 80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랬으니 시구르드가 이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니였을까 싶다. 저런 수를 썼는데도 전투에서 졌다면 정말 멍청이가 따로 없는 것이다. 만일 시구르드가 이 싸움에서 패배해 죽었더라도 이 책에 소개되었을 것 같긴 하다. ‘수법을 써서도 패배한 시구르드’라는 수식과 함께 소개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과학 연구로 죽은 과학자 Top6에 소개된 제시 윌리엄 러지어의 죽음 역시 탄식이 절로 나오는 사건이다. 미국의 군의관이였던 그는 황열병이 모기에 의해 옮겨진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몸소 모기에 물렸고, 그대로 사망해 가설을 입증했다. 정말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 모기에 물려 사망했다니, 좋게 말해 살신성인과 희생이지 그냥 바보짓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이 사람이 안타깝까울 뿐이다. 특이한 그의 사고방식에 박수를 보낸다.

 아무튼 이 책은 이런 수많은 바보짓들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경고하는 책인 것처럼 느껴진다. 현재 우리는 다방면에서의 발전으로 인해 다른 방식으로 과거의 바보짓들을 더 많이, 그리고 더 빠른 속도로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방지하고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어던 바보같은 짓들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과거에 인간들이 저질렀던 바보짓들을 소개하면서도 중간중간에 “나라고 크게 다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의 행실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단지 재미만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약간의 재치를 곁들인 현재의 우리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과거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현재의 인간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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