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김유정 단편소설 동백꽃(한국문학전집 203)

점순이 입장에서 서술해보는 동백꽃

얼마전 나는 평소처럼 칠삼이를 찾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러다 울타리를 엮고 있던 칠삼이를 보고, 그를 발견하면 주려고 챙겼던 감자를 들고 갔다. 그리고 그에게 감자와 함께 말을 건넸다. 사실 너무 떨려서 뭐라고 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리 상냥하게 말을 걸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멍청이가 다 있나 싶었다. 역시나 칠삼이는 차갑게 거절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좀 받아주면 어디 덧나나? 괜한 오기에 칠삼이네 닭을 괴롭혔다. 나는 칠삼이가 나에게 관심을 조금이라도 가지길 바랐던 건데 칠삼이는 화가 많이 난 듯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오늘, 내가 잠시 엄마 심부름을 다녀온 사이 우리집 닭이 사라져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우리 닭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러다 저 멀리 칠삼이가 닭을 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 커다란 덩치에 붉은 벼슬까지, 우리 집 닭임에 틀림없었다. 내가 급히 달려가자 칠삼이는 우리 집 닭을 때려죽였다. 나는 너무 놀라 그간 내가 했던 짓도 잊은 채로 칠삼이에게 화를 버럭 냈다. 그러자 칠삼이도 본인이 닭을 죽인 것에 놀란 건지, 나에게 사과하며 제발 이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어찌저찌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나와 칠삼이는 어느순간부턴가 넘어져 동백꽃 속으로 파묻혀있었고, 나는 칠삼이에게 이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갑자기 저 아래에서 나를 찾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분위기 좋았는데. 눈치 없으신 어머니에 다행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어머니가 참으로 원망스러웠다. 내려가면서 나는 그래도 이제는 칠삼이와 더 이상 다투지 않을 것 같다는 좋은 예감이 들었다. 나도 내일 그동안 칠삼이를 괴롭힌 것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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